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운명 2007.05.4일
긴 인생의 마라톤에서 열심히 일하여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이루어야 할 40대 중반의 나이에 1년 동안의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이미 풍요로운 부를 이루어서도 아니고, 미쳐서도 아니고, 그토록 여행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마음의 결단력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 것도 아니다.
하나는, 단지 나의 운명 때문이다.
25살 때부터, 그러니까 지금부터 20년 전부터 혈기왕성한 나이에 한의사가 되어서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할 때 였다.
내 전공이 중풍환자를 주로 치료하다 보니,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기회가 여러분보다 더 많았다.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태어나서, 나이 먹어, 병들어, 죽는다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일찍 건강을 잃거나 세상과 이별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자기 돌연사 하는 경우나, 그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져 사회생활을 접어야 하는 교수, 사장님, 은행장, 대기업 부장 과장..........
참 토끼 같은 어린나이의 자식들을 놓고, 예쁘고 한참 때인 부인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쓸쓸히 나머지 인생을 보내는 경우를 여러분들보다 더 많이 자주 보다보니 인생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그 나이에 왜 쓰러진 것일까.
대부분 그런 분의 병력을 살펴보면 경제적, 사회적, 권력적, 명예적인 부를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스트레스 받고 무리하다 쓰러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저 나이 40대 중반에는 휴식년을 가져야 겠다는 결심을 일찍 하게 된 것이다.
40대 중반에 쓰러지는 경우는 자연의 이치로 보면 땡감이 떨어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볼 때 40대 중반은 늦여름 장마철로 볼 수 있다.
파릇파릇한 조그마한 땡감이 주로 여름철 장마철에 떨어진다.
어렸을 적부터 떨어진 땡감을 보면 좀더 크고 익어서 떨어졌으면 좋으련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장마철을 잘 이겨낸 감은 대부분 홍시가 될 때 까지 안 떨어진다.
어떤 감은 입이 다 떨어지고 흰 눈이 내린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잘 있다.
그러면 사람은 왜 40대 중반에 건강에 문제를 종종 일으키는가?
한의사인 내가 보는 관점으로는 20대, 30대에는 육체적으로 탄탄하여, 특별히 무리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하지 않고, 과음, 과욕을 부려도 건강에 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40대가되면 나처럼 눈이 안 좋아지거나, 머리가 더 희어지거나 하는 등의 육체적인 건강의 쇠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잘 관리하지 않고, 무리를 하면 그만큼 육체적으로 탄탄하지 않아서 건강에 이상이 오게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음은 항상 청춘이라고 정신적으로는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40대 중반이후 부터는 육체와 정신적인 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정신과 육체의 괴리가 심해지면 이탈이 생기는 것이다. 이탈이 곳 질병이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항상 마음은 앞서고 몸은 안 따르고 하다보면,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하여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먹어보면 아 이런 게 인생이구나.
포기할건 포기 하고 건강이나 잘 챙기고 무리하지 말아야 겠구나 하면서 무리를 하지 않으니, 70, 80, 90 드신 분들은 고롱 고롱 80이라고 오래 살지 않나 생각 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 나이에 과거 20년을 넘 무리하게 살아온 것 같아서, 20년 일했으니 1년 정도 쉬어야 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이것이 사치일까? ㅋ ㅋ .
인명은 재천인데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린 걸까.
둘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한 인생관이라는 것도 없이 단지 부모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고등학교도 진학하였고, 대학의 학과도 부모의 권유로 들어가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수련의 생활도 개업하기에는 너무 어리니 더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서다. 교수생활도 개업보다는 학교에서 지내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지 안겠느냐는 주변에서의 권유에서다.
내 인생이 나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 것 같다.
종교도 집안이 기독교 집안 이다보니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무엇을 위하여 인생을 사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가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닥치는 대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이제 내 나이 40대 중반에 접어드니 뭔가 확실한 인생관, 종교관, 가치관을 정립하여 흔들림 없는 삶을 살고 싶은데,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경험으로는 너무도 좁은 곳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 온 것 같다.
이러한 사고로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설정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도대체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지구상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왜 살고,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를 보고 나서 나머지 인생을 보람되게 살고 싶어서 떠나게 된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즐기고 하는 것은 접어두고 적은 나이가 아닌 이 나이에 배낭을 메고, 하루하루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 가면서, 가급적 현지인들을 만나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이러한 일정이 패키지여행이 아니고, 또한 잘 사는 나라보다는 가급적이면 어렵고 힘들게 사는 나라, 일반 여행객들이 잘 가보지 않은 곳을 가려다 보니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지만 더 나은 미래가 가족을 위하는 길이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나의 길을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