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월
절반의 여행을 마치고
아들놈들이 고3, 중3인데 혹 아빠가 대입, 고입 시험 치르는데 무관심 했다고 평생 원망의 소리 듣기는 싫어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다시 나가려고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뮌헨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여행한지 거의 7개월 만이다. 명색이 아빤데 크 크.
나머지 일정은 터키 - 시리아 - 요르단 - 이집트 - 남부 아프리카 - 캄보디아 - 베트남 - 라오스 - 인도전역 - 네팔 - 파키스탄으로 6개월 정도의 여정이 남아있다.
이미 비행기 티켓도 비즈니스 석으로 예약이 된 상태다.
한국에 돌아오니 지인들이 배가 아파서 그러나 놀리려고 그러나 한결같이 왜 벌써 왔냔다. 그리고 심한 분들은 내가 불법 체류자란다. 외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한국에 있으니 말이다. 크 크.
지난 7개월을 뒤 돌아보면 후회는 없다.
비록 가정에서 가장으로서 역할부족, 나를 찾는 환자에 대한 무책임, 경제적인 손실 등 비난 받아야 마땅할 존재지만 말이다.
나에게 또다시 이러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역시 똑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냥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서 보내는 허송세월로 나머지 생을 마감하기 보다는, 나의 역할과 책임감을 충분히 느끼고 반성하며 돌아왔으니 앞으로 잘 하지 않겠어?
나처럼 쉬지 않아도 깨우치고 잘 하고 있는 사람이 참 많으니 난 인생의 지진아 인가봐? 크 크.
이 나이에 그렇게 장기간 배낭 매고 여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힘이야 들지만 그간 나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휴식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처음 3개월 동안 여행하면서는 아직도 나는 충분한 휴식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만 들뿐 힘들고 지치기는커녕 일하지 않고 노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고, 하루하루가 넘 빨리 지나갔다.
여행을 한 6개월 정도 하고나니, 아 이제는 충분히 쉬었고 재충전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뭔가 가슴속에 있는 스트레스가 다 날라 간 느낌이었다.
나는 천부적인 역마살이 끼었나 보다. 남들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는데 나는 아직도 히딩크처럼 휴식에 배가 고파 있으니 말이야. 히. 히.
짧은 기간 동안 다른 나라 세상 밖 사람들이 인생을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를 얼핏 관찰해 본 결과 세상사는 사람들의 삶이란 다 똑같다고 말하고 싶다.
후진국으로 갈수록 먹고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살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먹는 문제가 해결 되니 인생을 즐기고 남을 위해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같은 나라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하여, 이러한 추세가 단지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다.
난생 처음 3개월 정도 혼자 배낭여행도 해 보았다. 진정한 여행은 혼자 가는 여행이다.
동유럽에서 지내본 3개월은 무척이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외로워 본 사람만이 외로운 사람을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에 절실함을 느꼈다.
주변에 가족, 친지, 친구, 지인과 함께 어우러져 세상을 살아간 다는 것에 너무도 행복함을 느꼈다.
우리나라보다도 어려운 나라를 많이 돌아 다녀보니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이 아닌 돈, 명예, 권력이라는 허상에 굶주리지 않고, 탐욕의 덩어리인 나의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워서 작은 것에도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최고 같다.
어떤 인생의 대 선배가 말 하지 않았나? “一體唯心造” 라고.
이제 또 다시 배낭을 메야 할 시간인데,
나도 인간인 지라 초딩 1학년 딸이 가면 안 된다는 말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아빠의 자유도 중요한 만큼 우리 딸의 소원도 중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또 다는 이유는 남은 기간 또 다녀와도 좋은데, 이제 쉴 만큼 쉬셨으면 참으라는 마누라의 말이 이젠 무섭게 느껴진다. 나도 늙었나 보다. 크, 크.
또 오랜 시간 병원을 비워두니 환자의 원성이 자자하고, 병원 경영이 무주공산이다.
정말로 경제력이 풍족하다면 뒤도 안돌아 보고 또 떠났을 텐데...... 그놈의 돈이 뭔지?
그러나 나머지 여행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고 싶다.
비록 지금 당장은 가지 못하더라도 50이 되기 전에 그 언젠가는 다시 떠나고 싶다. 아직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내 블로그가 세계일주 기행으로 완성되는 그날을 기다리며............................................................